[쿡기자의 건강톡톡] 병원 ‘진단서’ 발급비용 60배 차이?

기사승인 2014-10-02 07: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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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기자의 건강톡톡] 병원 ‘진단서’ 발급비용 60배 차이?

상해나 교통사고 등으로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거나 진료를 받고나면 개인이 가입한 민간의료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상해진단서’라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가족이 사망한 경우 사망신고를 위해 ‘사망진단서’가 필요하죠. 국민연금에 가입된 경우라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입었을 경우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등록심사를 거쳐 장애연금수당을 지급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서류가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입니다.

이처럼 병원에서 발행하는 진단서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필수 서류입니다. 문제는 각 병원들이 발행하는 진단서 발급 비용이 병원마다 하늘과 땅차이라는 점입니다. 도대체 왜 이유가 무엇인지, 심지어 수년째 이러한 문제들이 꾸준히 지적돼 왔음에도 소위 ‘납득’이 돼지 않습니다.

그럼 도대체 종류별 진단서 발급 비용이 병원마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요?

이와 관련 지난 8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병원별 진단서 발급비용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서울지역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상해진단서(3주미만, 3주이상), 사망진단서,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총 4가지의 발급 비용을 비교했습니다. 당시 발표에서는 해당 병원들의 이니셜만 공개됐는데요, 쿠키뉴스 건강생활팀은 과감하게(?) 병원 실명을 독자들에게 공개합니다.

우선 형사고발이나 보험회사 제출용인 3주미만 상해진단서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비싼 병원은 뉴강서성심병원, 우이새길요양병원, 올림픽병원, 서울대윤병원, 목동현대요양병원 5곳으로 20만원이었습니다. 반면 가장 비용이 낮은 곳은 성바오로병원과 연세무척나은병원으로 1만원이었습니다. 무려 20배나 차이가 납니다. 3주이상 상해진단서 발급 비용이 가장 비싼 병원은 3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포미즈여성병원, 올림픽병원, 우이새길요양병원 3곳이었습니다. 3주이상 상해진단서 발급 비용이 싼 곳은 성바오로병원이 5000원이었고, 동부센트럴요양병원 2만원, 연세무척나은병원 5만원, 안세병원 5만원 순이었습니다. 최저와 최고 발급 비용 차이가 무려 60배에 달합니다.

사망진단서의 경우는 발급 비용 차이는 최저와 최고가 20배였습니다. 사망진단서의 경우 25곳의 병원 발급 수수료가 10만원이었고, 사망진단서 발급 비용이 가장 적은 곳은 온누리요양병원으로 5000원이었습니다. 또한 사망진단서 발급 수수료로 대부분의 병원들은 1만원에서 5만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를 살펴보겠습니다. 최고 비싼 발급 수수료 제니스병원과 솔병원의 20만원이었고, 최저 수수료로 3000원을 받는 서울시내 병원은 20개였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학병원들은 각 진단서 발급 수수료에 차이가 있을까요? 역시 비교를 해봤습니다. 3주미만 상해진단서의 경우 중앙대병원, 상계백병원, 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이 10만원이었고, 을지병원 7만5000원, 강남을지병원 5만3000원 이었습니다. 나머지 대학병원들은 모두 5만원이었습니다. 3주이상 상해진단서는 발급 비용이 비싼 곳은 상계백병원, 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으로 20만원이었습니다. 이어 중앙대병원 15만원, 을지병원이 11만원이었고, 나머지 병원들은 모두 10만원이었습니다.

서울시내 대학병원의 사망진단서 발급 비용은 2만원을 받는 상계백병원, 서울백병원, 을지병원과 1만5000원을 받는 강남을지병원을 제외하고 모두 수수료가 1만원었습니다.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는 병원별로 차이가 좀 큽니다. 가장 비싼 곳이 강동경희대병원으로 5만원이었고, 이대목동병원 3만원, 중앙대병원 2만원, 건국대병원·강북성심병원 1만5000원 순이었습니다. 상계백병원과 서울백병원, 을지병원, 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이 1만원이었고, 나머지 대학병원들은 3000원이었습니다.(경희대병원은 4000원) 대학병원도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발급 비용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무려 16배 가량이었네요.

이처럼 병원별로 진단서 발급 수수료 차이가 최대 67배나 되는 이유는 ‘진단서 발급 수수료’의 경우 현행법상 의료기관이 스스로 정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같은 진단서를 발급하는데 병원마다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점이죠. 이번 자료를 분석했던 김재원 의원은 “의료서비스의 질에 따라 비급여 수가가 차이 날 수 있지만 이름도 같고 내용도 유사한 진단서 발급비용이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은 보건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단서 발급비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진단서별 합리적인 표준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진단서 발급비용 차이는 이미 4~5년전부터 국회와 소비자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0년 8월 국회입법조사처가 국정감사 현안 중 하나로 ‘천차만별 병원 진단서 발급비용’을 꼽았을 정도입니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가가 운영하는 보건소 조차도 발급 수수료가 지역별도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차는 “의료기관에서 진단서 등 재증명 발급수수료에 대한 원가분석, 산출근거 등 책정 기준없이 비용을 징수하고, 진단서 재발급·추가 발급비용에 대한 규정이 없어 과도한 차이가 발생한다”며 “제출기관과 용도 등의 구분없이 원칙적으로 동일 비용이 적용돼야 하고, 각종 진단서 서식의 총괄 관리 체계가 구축돼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9월 국정감사에서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고, 2012년 1월에는 한국소비자원이 대도시 의료기관 144곳의 진단서 발급 수수료 현황을 분석해 가격 차이를 공개했습니다. 물론 지난해에도 이러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소위 ‘호갱님’이 되지 않기 위해 진단서 발급 수수료가 싼 곳을 찾아가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돼야하는 걸까요? 진단서 발급 수료료가 비싼 곳은 우스게 소리로 “3D 칼러프린터에 비싼 잉크로 양질의 종이로 진단서 발급하는 건가?”라는 국민들의 비야냥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관련 부처나 각 지자체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걸까요?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